*자켓 사이드 색이 다소 바래 있습니다. 가격 인하.

01. Surround
02. Flavor Of The Weak
03. A Bigger Mood
04. Safer On The Outside
05. I`m A Fool
06. Hi-fi Killer
07. Blue Day
08. My Only Enemy
09. Don`t Wait For The Sun
10. Another Perfect Day
11. Scar
12. What About Today
13. Wall Of Sound

Veruca Salt와 Letters To Cleo에서 드럼을 연주하던 Stacy Jones가 드럼 스틱을 Brian Nolan에게 넘기고, 기타를 둘러멨다. 게다가 그는 마이크 앞에 서기까지 했다. 결과는? Foo Fighters의 Dave Grohl (ex-Nirvana)에 못지않은 성공적인 변신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는 훌륭한 싱어 송 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임이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프론트맨의 출신 성분도 그렇지만, 음악적인 면에서도 American Hi-Fi는 Foo Fighters와 닮은 구석이 있다. 히트 싱글 Flavor Of The Weak나 이 곡과 비슷한 느낌의 첫 트랙 Surround를 들어보라. 기타를 위주로 한 펑크 곡이면서도, 지극히 팝적인 구성과 하모니가 가미된 코러스까지.. 이른바 pop-punk, 또는 power-pop이라 일컬어지는 이 트랙들에서 Foo Fighters와의 유사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외의 트랙들은 이 두 곡을 들었을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앞서의 두 곡이 싱글과 오프닝 트랙으로서 대중 친화적인 성격을 지녔다면, 이후의 트랙들은 American Hi-Fi의 음악적 역량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단단한 구성의 음악들로 꽉 채워져 있다. 적절한 속도감과 묵직함을 갖춘 펑크록 트랙인 A Bigger Mood, 극단적인 반전으로 듣는 사람의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Safer On The Outside는 Flavor Of The Weak의 팝적인 느낌으로 이 밴드를 약간이나마 우습게 여기던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I’m A Fool은 앨범 전체적으로 볼 때, 약간 떨어지는 트랙이기는 하지만, 드럼 박자나 기타 멜로디가 꽤 재미있게 짜여져 있어서 기분 좋게 웃으며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곡이다. Hi-Fi Killer는 My Only Enemy와 함께 이 앨범에서 가장 헤비한 트랙 중의 하나인데, 강력한 기타와 아름다운 백그라운드 코러스의 조화는 Bluetones를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Blue Day는 약간은 지루하기도 하지만, 중반부의 기타 솔로는 기대 이상의 만족을 주며 이들이 (물론 Stacy의 출신을 알면 그런 오해는 없겠지만) 얼뜨기 밴드가 아님을 증명한다.

이 앨범에서 가장 강력한 트랙 My Only Enemy에서 Tracy는 어느 하드코어 밴드의 보컬 못지않은 성량으로 마음껏 내지르고 있으며, 특히 후렴구에서의 그의 목소리와 구성은 Nine Inch Nails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강렬한 My Only Enemy 다음 트랙으로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Don’t Wait For The Sun을 수록한 것은 앨범을 쭈욱 들어야만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맛에 나는 공짜 MP3를 멀리하고 CD를 사서 음악을 듣는지도 모를 일이다. 왠지 애절하게 들리는 보컬이 (비약적이긴 하지만) Aerosmith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하드 락 넘버 Another Perfect Day에 이어지는 Scar는 이 앨범에서 가장 빠른 곡 중 하나인데, 앨범의 후반부로 가면서 약간 느슨해지는 듯한 분위기에 다시 긴장감을 주고 있다. What About Today는 기타 노이즈와 보컬 화음의 조화라는 American Hi-Fi의 음악 공식에 딱 들어맞는 곡이며, Wall Of Sound에서는 빠르지 않은 드럼이 오히려 단순한 기타의 중독성을 더욱 강력하게 해주면서 앨범의 마지막을 멋지게 끝맺는다.

밴드의 이름과 걸맞게 매우 미국적인 락을 토대로 하여, 그들의 신념이 담긴 음악적 공식 (노이즈 섞인 기타와 화음이 가미된 코러스)에 의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American Hi-Fi의 데뷔 앨범은 Metallica와 The Cult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Bob Rock의 프로듀싱과 함께 앨범 전반에 걸친 트랙들간의 유기적인 흐름까지도 인상적인 훌륭한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