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THE WHO" :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최근 국내외 음반시장의 판도는 몇 년 전부터인가 과거 히트 곡들을 샘플링한 곡들과 리메이크 곡들이 많이 주도하는 느낌이 든다. 이제 더 이상 창작 곡에는 한계를 느낀 것인가? 아니면 좀더 손쉽게 히트 곡을 만들어 내기 위한 나태함인가? 물론 대중의 입장에서는 친숙한 곡들을 접하는 것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때론 본래 좋아하던 아티스트의 곡을 훼손하는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때론 좀더 현대적인 느낌으로 변화된 모습이 새롭기도 한 것이다. 옛곡이 이렇게 새롭게 변화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간간히 트리뷰트 앨범을 찾아보곤 한다. 사실 트리뷰트앨범에는 여러모로 당대에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기 마련인지라 앨범을 잘 모르고 구입한다 해도 큰 낭패를 입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이런 트리뷰트앨범에는 앞서 언급했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사실이 곡 깊숙이 그리고 앨범 전반에 흐르고 있다. 바로 그 곡의 본래 주인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감사함 심지어는 경외심까지도 배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상업적인 덧칠보다는 원곡을 보존하고자하는 흔적이 더 자주 보이곤 한다. 그래서 늘 트리뷰트앨범을 대할 때는 훈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1964년 영국 런던에서 결성된 그룹 THE WHO는 서로 완연히 다른 개성을 갖고 있음에도 78년 드러머 Keith Moon이 약물 과다로 인해 세상을 등질 때까지 멤버 변동 없이 꾸준한 음악활동을 해오며 6,70년대 영국 락의 자유로움을 보여준 혁신적인 팀이다. 기타를 들고 공중을 뛰어오르는 기타리스트 Pete Townsend, 무대 위를 왔다 갔다 하는 보컬리스트 Roger Daltrey, 과격한 드러머 Keith Moon, 그런 와중에도 묵묵히 침묵을 지키는 베이시스트 John Entwistle.그리고 이들이 연출해내는 파괴적인 모습들과 귀를 얼얼하게 만드는 사운드는 이들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왕립오케스트라의 연주자였던 부모 밑에서 자란 Pete 는 열 열세살 때 친구 John과 딕시랜드 밴드에서 각각 밴조와 트럼펫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 후 이들은 다시금 각각 기타와 베이스로 악기를 갈아타고 Detours란 팀에 들게 되고 Roger를 만나고 64년 팀 이름을 THE WHO로 바꾼다. 중간에 잠시 매니저에 의해서 The High Numbers란 이름으로 바꾸지만 이내 본래의 이름을 쓰게 된다. 이 무렵 Beachcombers란 서프 락 밴드에 있던 Keith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Ready, Steady, Go 란 TV 프로그램에서 자신들의 악기를 부수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그때 부른 "I Can't Explain"은 영국 차트 탑텐에 오르게 되고 이후 "Anyway, Anyhow, Anywhere"와 "My Generation" 연이어 차트 에서 호성적을 거두게 된다. 특히 "My Generation" 에서의 "늙기 전에 죽고 싶어"라는 가사는 당시 젊은이들을 열광시키게 만들었다. 이들의 두 번째 앨범 [A Quick One] (미국에선 [Happy Jack]) 이 이어서 66년 발매되는데 여기서는 멤버들의 고른 참여를 선보이지만 가장 두드러진 것은 남편이 없는 사이에 트럭 운전사와 사귄다는 한 부인의 애길 다룬 Pete의 미니 오페라 "A Quick One While He's Away," 였다. 67년 이들의 앨범 [The Who Sell Out] 에선 최초의 미국 내 탑텐 히트곡인 "I Can See for Miles" 를 선보이며 성숙된 작곡능력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69년 이들에게 엄청난 히트와 함께 최초의 성공적인 락 오페라란 평가를 받는 앨범 [Tommy]를 발표하게 된다 70년 이들은 라이브 앨범 [Live at Leeds]와 싱글 "The Seeker"를 내놓고 다음해 싱글 모음집 [Meaty, Beaty, Big and Bouncy]를 이어서 내놓게 된다. 71년에는 최초로 신디사이저 를 중요하게 사용한 최초의 락 앨범 [Who's Next] 를 발표한다. 73년 또 다른 락 오페라 [Quadrophenia]를 발표하고 이후 Pete는 알코올중독에 빠지고 John과 Roger는 각기 솔로를 위해 달리고 Keith역시 약물복용과 함께 솔로앨범을 발표한다. 이런 와중에도 75년 앨범 [The Who by Numbers]를 내고 78년 Keith가 죽은 후 그들에겐 비극의 상징처럼 되버린 앨범 [Who Are You]를 발표한다. 많은 부분을 Pete가 맡아왔지만 사실상 밴드의 영혼 같은 존재인 Keith의 죽음 은 멤버들 스스로 더 이상 활동을 해야 할지 망설이게 했고 실제로 멤버들도 사실상 그의 죽음으로 인해 THE WHO도 끝났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Small Faces 멤버였던 Kenny Jones도 영입하고 새로운 키보디스트로 라인업을 보강해서 [The Kids Are Alright]를 내보지만 79년 신시내티에서의 공연이 사고사로 얼룩지면서 이들에게는 서서히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그 후로 몇 장의 앨범과 공연중심의 재결합을 보이며 파란만장한 자신들의 음악여정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90년에 이들은 락앤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게 된다. 이들의 트리뷰트앨범 SUBSTITUTE가 탄생하게 된 것은 트래디셔널 락을 하면서 THE WHO의 재탄생이란 얘길 듣는 밴드 Cast의 녹음작업중에 프로듀서 Bob Pridden이 리더 John Power에게 The Seeker를 녹음해보지 않겠냐는 권유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녹음한 트랙을 가족들에게 들려주었는데 Bob의 딸이 전 앨범을 다 녹음해보라고 권유했고 그 이후 밴드 리스트를 만들어 Pete에게 보여준 후 작업에 돌입, 각각의 트랙이 탄생하게 되었다. 총11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원곡의 느낌을 크게 살리고 그들 같은 강렬하면서도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차트 에서 탑 40안에 들었던 16개의 곡중에서 단 두곡 "Who Are You“ 와 "Behind Blue Eyes" 만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도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THE WHO의 모습을 이 앨범에서 느낄 수 있다. 리버풀출신 4인조 Cast는 금년 여름 발표할 자신들의 앨범작업중에 이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마련한 팀으로 이곡을 하룻밤사이에 베이시스트 John의 집에서 녹음했다고 한다. 89년 버밍햄에서 결성된 4인조 밴드 Ocean Colour Scene은 차세대 영국 락밴드로 평가받는 팀으로 안정적인 느낌으로 "Anyway..."를 전해준다. 모드의 아버지 Paul Weller는 the Jam 과 the Style Council을 거쳐 솔로로 지금껏 활동하면서 영국 음악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그는 에드가 존스와 함께 보컬을 소화했다. 비교적 말랑말랑하며 몽환적인 "Pictures of Lily"는 거의 이들과 동년배인 David Bowie가 아련한 코러스와 함께 멋지게 들려주고 있고 99년 데이빗 레터맨 쇼로 인연을 맺어 Pete의 뉴욕에서 있었던 어쿠스틱 쇼에도 참여했던 Eddie Vedder의 Pearl Jam이 5번째 트랙을 들려준다. 한국적 정서가 담뿍 담긴 곡 "the Way"로 국내에서도 적잖은 사랑을 받은 Fastball은 이채로운 참여로 깔끔한 연주를 보여준다. 금년 데뷔앨범을 발표한, 2000년 미국 투어 때 THE WHO의 서포트 밴드인 Unamerican은 늘 지켜보던 곡 "Naked Eye"를 담고 있다. 최근 새앨범을 낸 사우스 웨일스 출신 3인조 밴드 Stereophonics는 필자가 특히 애착을 느끼는 "Who Are You?"를 녹음했는데 우우하는 백킹보컬은 Oasis의 Noel Gallagher의 목소리다.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을 많이 커버하고 있는 4인조밴드 Phish도 참여했고 참가팀중 유일한 여성 락커 Sheryl Crow는 71년 히트 곡 "Behind Blue Eyes"를 직접 베이스와 하몬드 오르간을 연주하며 들려준다. 마지막 트랙은 2000년 11월 청소년 암 환자 기금 마련 위한 공연에서 Stereophonics의 Kelly Jones가 THE WHO와 함께한 "Substitute"인데 원래 스튜디오에서도 녹음을 했지만 라이브 버전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세련된 편곡과 현대적인 재해석보다는 자신이 받은 느낌과 영향을 전달하려고 애쓴 흔적이 묻어나는 곡들이다. 예전 팝을 그다지 찾아듣지 않는 요즘 풍토에서 최근 각광받는 젊은 밴드들이 전하는 THE WHO의 음악은 옛것으로 새로움을 삼는다는 온고이지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 김형준 ( SBS FM "POPSCLUB 1077" DJ ) 자료제공 / 락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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