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우리는 정말 대단한 라이브 밴드이고 정말 대단한 앨범을 만든다. 식스 바이 세븐은 정말 중요한 밴드이다." 영국 노팅험 출신의 밴드 식스 바이 세븐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크리스 올리의 자신만만한 한마디였다. 이들이 밴드를 결성한 것은 1991년이고 데뷔 싱글을 발표한 게 1997이니 데뷔하기까지 기다려온 세월을 생각해서라도 이들은 대단한 밴드가 되어 있어야 했다. 2002년 이들은 세번째 음반을 발표하는데, 과연 크리스 올리의 자신감을 뒷받침해주는 음반일지, 먼저 식스 바이 세븐의 간략한 바이오그래피를 살펴보자. 앞서도 말했듯 식스 바이 세븐은 91년 영국 노팅험에서 결성됐다. 크리스 올리(기타 / 보컬), 샘 헴프톤(기타), 제임스 플라워(오르간), 폴 더글라스(베이스), 크리스 데이비스(드럼)로 구성된 식스 바이 세븐은 97년 자비로 데뷔 싱글 European Me를 발표하는데 이를 들은 NME는 "대단한 데뷔 싱글 중 하나"라는 평을 내렸다. 이들은 이렇게 언론으로부터 비교적 호감어린 멘트를 들으면서 시작했다. 98년 데뷔 앨범 The Things We Make를 내놓으면서 식스 바이 세븐은 포스트 펑크 이후 다시 비참함이 도래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핑크 플로이드를 들었던 크리스 올리 덕분에 비교적 실험적인 사운드와 함께 그 비참함을 전한다. 90년대 음악계에서 끊이지 않고 등장한 스페이스 록 밴드 중 하나로 손꼽이던 식스 바이 세븐은 2000년에 두번째 음반 The Close You Get를 발표한다. 기타 디스토션과 신시사이저의 다양한 사용으로 더욱 강한 에너지를 전해주는 두 번째 음반은 힘이 넘치는 기타, 드럼 연주 덕분에 헤비한 얼터너티브 록 밴드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영국의 음악잡지 Q에서는 담배와 술과 함께 하면 좋을 음반으로 손꼽기도 했다. 여전히 라디오헤드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을 감지해낼 수 있는 음반. 이렇게 식스 바이 세븐은, 거칠고 강력하지는 않지만 긴장을 잃지 않게 하는 기타 노이즈와 사운드를 풍성하게 해주는 오르간 연주, 그러면서도 영국 밴드다운 소박하면서도 발랄한 멜로디 감각으로 노이즈 록과 스페이스 폭의 장르 안에서 이해된다. 그리고 2000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이 끝난 후 결성 멤버였던 기타리스트 샘 헴프톤이 밴드를 떠나게 된다. 그래서 4인조 체제로 멤버를 정비한 식스 바이 세븐은 2002년 세번째 음반을 발표한다. 새 앨범에서는 이전 앨범들에 비해서 더욱 깔끔해진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특징인 튼실하고 두터운 사운드의 층을 놓고 매끄럽기만 한 음악을 들려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전히 트랙들 속에서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사운드의 벽은 식스 바이 세븐의 팬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라디오헤드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만났다는 평을 들은 So Close는 불길한 느낌의 피아노 연주와 신디사이저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율하는 곡이다. 점점 스피드와 강도를 높여 가다가 폭발하는 드럼 연주와, 그러거나 말거나 음산하고 우울하게 노래하는 크리스 올리의 가녀린 보컬이 매력적이다. 신디사이저로 연주된 진중한 사운드가 기본이 되는 I.O.U. Love는 발랄한 브라스 파트로 포인트를 주고 있고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부드러운 멜로디를 전하는 All My New Best Friends는 첼로, 오르간 연주로 서정적이면서도 두터운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사랑스러운 트랙들 중 하나로 빈틈없는 악기 편성을 보이고 있는 곡이다.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펑크 트랙 Flypaper는 기타 드론으로 묵직함을 전해주고 있으며 이 트랙과 이어지는 Speed은 새삼 그런지라는 말을 입에 올리게 한다. 혹자는 너바나를 연상시킬 수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기타 리프와 마구 질러대는 크리스 올리의 보컬, 그리고 이들 사운드의 특징 중 하나인 오르간 연주가 독특한 트랙이다. 역시 거친 트랙인 Karen O는 디스토션 가득한 기타 연주로 불협화음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규칙적인 드럼 연주와 극적인 변화 없이 진행되는 멜로디를 따라 묵직함을 전하는 American Beer 역시 식스 바이 세븐의 매력을 한껏 발휘한 곡이다. 신디사이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Anyway, 드림팝 스타일의 The Way I Feel Today, 역시 찌그러진 기타 사운드로 일관하는 Cafeteria Rats, 크리스 올리의 보컬이 여느 때보다도 사악하게 들리는 Bad Man 등이 수록되어 있다. 지금까지 영국의 인디씬을 대표했던 장르들을 얼마나 성실히 수혈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앨범으로 영국의 인디씬을 파악하고 싶다면 식스 바이 세븐을 들을 일이다. 노이즈 록과 드림 팝, 스페이스 록에다 펑크, 그런지, 게다가 비틀즈의 영향까지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식스 바이 세븐의 세 번째 작업물은 시니컬함과 긍정적인 모습을 함께 볼 수 있고, 다정 다감한 발라드와 강렬한 록 넘버가 공존하는 앨범이다.
글/ 이소연(앨범 내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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