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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y / A Dead Sinking Story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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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Chain Wandering Deeply
02. Distress Of Ignorance
03. Evidence Color Of Fetters
04. Unrepeatable Gentleness
05. Go Mad And Mark
06. A Conviction That Speeds
07. Reasons Of Oblivions
08. A Will Remains In The Ashes

 

고통과 절규에서 허우적대는 영혼들의 등불을 밝혀주는 외침. 폐허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위대한 파괴자들. 일본 극강의 포스트 하드코어 밴드 엔비(Envy)의 정점을 담아낸 2003년도 걸작
[A Dead Sinking Story]"

Bio
1992년도에 전신이 되는 밴드 블라인드 저스티스(Blind Justice)로 시작했다가 1995년에 멤버들이 바뀌고 재정비되면서 이들은 '엔비(Envy)'를 밴드명으로 사용하게 됐다. 4개의 정규작과 몇몇 EP들, 그리고 디스 머신 킬스(This Machine Kills), 엔디어보(Endeavor), 식스 펜스(Six Pence), 프랑스의 이스가리옷(Iscariote), 그리고 야펫 코토(Yaphet Kotto) 등과의 스플릿 앨범을 발표하면서 점차 세력을 굳혀나간다. 후덕한 인상의 보컬/건반의 테츠야 후카가와, 멜로디의 뼈대를 만드는 기타리스트 노부카타 카와이, 한민관과 조니 그린우드 사이의 얼굴을 하고 있는 또 다른 기타 플레이어 마사히로 토비타, 막걸리를 좋아하는 베이시스트 마나부 나카가와, 그리고 진중한 드러머 다이로쿠 세키의 5인조로 구성되어 있는 엔비는 극한의 괴성과 감성적인 발라드를 본격적으로 교미 시키려는 시도를 보이면서 주목 받았다. 비슷한 밴드들은 많이 있어왔지만 지극히 독보적인 사운드를 뿜어내고 있다는 평을 이끌면서 현재 최고의 네임밸류를 자랑하고 있다.

[Breathing and Dying in this Place] EP 발매 이후 데뷔작 [From Here To Eternity]를 1998년에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씬에 뛰어든다. 꾸준한 투어 이후 [Angel's Curse Whispered In The Edge Of Despair], [Burning Out Memories], [The Eyes Of A Single Eared Prophet] 등의 EP들을 1년에 하나씩 발표한다. 그리고 대망의 두 번째 정규앨범 [All the Footprints You've Ever Left and the Fear Expecting Ahead]를 2001년에 발표하면서 비로소 전세계를 휩쓴다. 미국에서는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의 딤 맥(Dim Mak : 블록 파티(Bloc Party)라던가 본 본디스(The Von Bondies), 그리고 배틀즈(Battles)의 EP들이 여기서 나왔음)에서 발매됐으며, 2008년도에는 다른 디자인으로 템포러리 레지던스 리미티드(Temporary Residence Ltd)에서 재발매 되기도 했다. 2003년도 앨범인 본 작 [A Dead Sinking Story] 또한 함께 다른 커버 디자인으로 재발매가 이뤄졌다. 참고로 템포러리 레지던스는 이 두 장의 과거 정규 작 이외에도 희귀트랙, 비정규 음원 모음집인 [Compiled Fragments 1997-2003]와 라이브 DVD [Transfovista] 등을 발표하면서 미국에 뒤늦게 이들의 족적을 소개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All The Footprints You've Ever Left And The Fear Expecting Ahead] 앨범 까지 H.G. 팩트(H.G. Fact)에서 발매하다가 [A Dead Sinking Story]부터 자신들이 주축이 된 손자이(Sonzai)에서 직접 유통하기 시작한다. 손자이는 자신들의 작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외 밴드의 앨범들 또한 릴리즈 하고있다.

2003년부터 영국 포스트록씬의 수퍼스타 모과이(Mogwai)와 조우하면서 그들의 락 액션(Rock Action) 레코드에서 [A Dead Sinking Story]를 영국에 릴리즈하고 모과이의 일본투어 당시에는 함께 공연하기도 한다. 어느덧 초대형 페스티발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올 투마로스 파티스(All Tomorrow's Parties)의 2004년도 공연에 초대되며 이후 영국 투어를 실시하기도 했다. 역시 현재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아이시스(Isis)와 투어를 다니기도 했으며 2005년 6월에는 프랑스의 [Furyfest]에 출연하면서 서서히 유럽으로 영역을 넓혀간다. 유럽과 미국 이외에도 한국, 홍콩, 대만에서 투어를 펼치면서 아시아 지역의 팬들을 확보하게 된다.

2006년, 그들의 최대 히트작 [Insomniac Doze]를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반열에 올라선다. 포스트록, 슈게이징에 열광하던 리스너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으며 첫번째 트랙 [Further Ahead Of Warp]의 경우에는 일본의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Shiseido)의 립스틱인 마끼야쥬(MAQUillAGE)의 TV CM송으로까지 삽입되기도 한다. 앨범의 큰 성공에 힘입어 끊임없는 대형 페스티발에 섭외됐으며, 투어를 도는 와중 2007년도 말 무렵에는 EP [Abyssal]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음원에 갈증을 느낀 팬들의 목을 축여준다.

템포러리 레지던스에 합류한 이후에는 그 쪽 출신의 모노(Mono) 라던가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Explosions In The Sky)와 함께 미국/유럽에서 공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2008년 4월말에는 모노,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와 함께 레이드 페스티발(Raid Festival)이라는 명목 하에 일본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2008년도 여름, 유럽에서 가장 거대한 메탈 페스티발이었던 헬페스트(Hellfest) 당시에는 슬레이어(Slayer)와 같은 시간대에 반대편 무대의 헤드라이너로 서면서 현재 유럽에서 그들의 위치가 어느 정도 인지를 가늠케 했다. 제수(Jesu), 썰스데이(Thursday)와의 성공적인 스플릿 작업물들을 통해 세계의 명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월드-클래스 안착에 성공한다.

[A Dead Sinking Story]
전작 [All the Footprints You've Ever Left and The Fear Expecting Ahead] 이후 1년 9개월만인 2003년도에 공개된 이 세 번째 풀랭쓰 정규작은 총 9곡 토탈 60여분에 달하는 장렬한 소리의 집합을 담아냈다. 영국에서는 2003년도에 모과이의 락 액션에서 발매했으며 미국에서는 발매 당시에는 레벨 플레인(Level Plane)에서 릴리즈 됐지만 작년도에 현재의 디스트리뷰터인 템포러리 레지던스에서 리이슈됐다. 참고로 독일의 노바 레코드(Nova Records)에서는 LP를 프레싱 하기도 했는데 이후 템포러리에서 CD가 재발매 되면서 바이닐 역시 리이슈 됐다.

어그래시브한 터치 보다는 감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본 작이다. 사운드의 완급 또한 발군이라 할만하다. 기타는 보다 애수가 깊어졌으며 절규하는 보컬이 굉음의 궤도에 오를 무렵에는 포스트록의 색채가 강해졌다. 정과 동의 콘트라스트는 한층 깊어져 섬세한 기타의 루프가 초조함과 긴박감을 주조해내면서 기습적으로 폭발시켜 버린다. 비로소 전작 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조용히 시작하다가=>절규=>굉음=>서정적인 멜로디가 흐르다가=>폭발=>아름다움과 격렬함이 교차하다가=>(정적) 하는 컨벤션이 바로 이즈음 정착하기 시작했다.

간간히 등장하는 일렉트로닉한 소스들은 앨범을 더욱 혼란스럽게, 그리고 한편으로는 명확하게 만든다. 이런 요소들에 힘입어 포스트록 팬들에게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전작들의 기세는 서서히 감춰진다. 그 만큼 곡들은 깊어져 가고 점점 그 속에 빠져들다 보면 누구도 헤어날 수가 없다. [A Dead Sinking Story] 앨범 공개 당시의 라이브 동영상을 봤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당시 투어에는 기타리스트를 한명 더 대동해 세 명의 기타연주자가 무대 위에 올랐다. 보컬인 테츠야 역시 시퀀서와 건반을 자신의 기어에 추가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 즈음이다.

가사 또한 여러 해외 리스너들에게 절찬됐다. 결국 너무나 작은 자신의 존재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으며 단지 어두운 사경을 열심히 헤매다닐 뿐이라는 식의 절규를 담아내고 있는 듯 보인다. 아마도 일본어를 알았다면 라이브에서 따라 부르면서 같이 흐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절망에 부딪혔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목놓아 소리지르는 것 밖에는 없을지도 모른다.

한국 공연 당시 첫 곡으로 연주됐던 앨범의 첫번째 트랙 [Chain Wandering Deeply]에서 이미 변화의 징조를 분명히 알 수 있다. 격동과 비애의 끝에 느끼는 극한의 절망이 마음에 꽂힌다. 한층 깊어진 소리의 물결이 머리 끝까지 차오른다. 무엇보다도 매우 드라마틱하다. [Evidence]에서는 일전에 언급한 바 있는 일렉트로닉한 소스들로 채워져 있는 스킷 트랙이다. 3분 여 동안 펼쳐지는 이 엠비언스 사이에 뭔가가 비집고 터져나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대로 끝난 채 다음 트랙의 절규로 넘어간다. 분노로 이끌고 가다가 중반부에는 아무런 반주없이 읊조리는 노래 부분이 등장하기도 하는 [Color of Fetters]는 결국 중반부에 침묵의 끝에서 급변동하는 굉음을 들려주면서 청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역시 습기찬 어두운 엠비언스로 가득한 긴장감 감도는 트랙 [Conviction That Speeds]에서는 과연 언제쯤 터질지 모를 불안감을 엄습시키면서 청자들의 항문을 조이게끔 만들지만 역시 5분 여의 시간동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투어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 바로 [Go Mad and Mark]다. 아마 앨범에서 가장 성공했던 트랙이 바로 본 곡일 것이다. 이것은 수렁에 빠져 잠시 멈춰있는 사람들을 소생시키는 찬가이다. 너무나 굉장한 박력과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덧 4분의 3박자 하드코어의 교본과도 같은 트랙이 되어버렸다. 라이브에서는 앨범보다는 약간 더 느린 템포로 연주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진중한듯 싶은 라이브에서 일단 다시 한번 접하고 싶다.

장장 12분에 달하는 [Will Remains in the Ashes]는 소리와 함께 침전된다. 특히 곡의 초반에 반복되는 멜로디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전개방식이다. 8분 여부터 휘몰아치는 기타는 사실 약간은 건조한 으르렁 거림으로 조지고 있지만 그러면서 하드코어 특유의 단단한 모양새를 간직하고 있는 듯 보인다. 곡은 ""작별은 불완전하다. 믿음과 의심, 그리고 비로소 시작된다.""라는 대목으로 종결 짓는다. 앨범이 끝나는 그 순간, 우리는 실제 우리의 삶과 마주쳐야만 한다.

앨범이 끝나면 말로 표현할수 없는 여운과 허탈감이 습격한다. 수렁에 있는 절망감 보다는 희망이라고 생각되는 빛의 부분이 늘어나긴 했다. 하드코어의 철학을 한단계 올려놓았다. 엔비 자신의 신념의 힘이 본 작에 머물고 있다. 그 절대적 신념의 뒷편에는 절규와 희망이 혼재하고 있다. 광기 속에서 괴로운 채 허덕이며 거칠게 자르는 감정의 물결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당시에는 신/구 팬들이 찬반 양론을 펼쳤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다양하게 섞이는 것이 추세가 되면서 그런 이분법은 별로 중요한 요인이 되질 못했다. 굳이 이게 어떤 종류의 것이라고 물어볼 필요가 없어졌다. 단지 그들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음악적 형식이라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Great Destroyer
수많은 사람들이 엔비의 베스트 작으로 꼽고 있는 앨범인 [A Dead Sinking Story]는 곡의 구성과 가사, 그리고 특유의 세계관이 제대로 각을 잡아내고 있다. 자신들의 능력을 200퍼센트로 끌어올렸으며 결국 새로운 팬층을 양산하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전작 [All the Footprints You've Ever Left and The Fear Expecting Ahead]가 소리의 벽이라고 하면-물론 필 스펙터(Phil Spector)의 그것과는 약간 다른 의미에서- 본 앨범은 강, 혹은 바닷가의 해일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그 물 구덩이에 빠져있는 것이 가끔은 괴롭고 무섭지만 그 속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희열의 소용돌이는 오히려 살고싶다는 생(生)의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이것이 푸르고 안타까운 청춘의 하드코어인지, 혹은 하드코어를 넘어선 흑백의 어느 경지인지는 모르겠다. 가끔씩 앨범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잠자고 있던 세계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절대로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으면 안된다. 결국 스스로를 격리시킬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본 앨범이 감옥이 될지 혹은 해방구가 될지는 여러분의 의지에 달렸다.

환율이 개판인 작금의 시기에 여러분들이 공연 직전 새롭게 라이센스되는 본 작을 듣고 엔비와 함께 절규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불싸조 따위가 오프닝이 아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더욱 이들의 2009년 서울 공연을 지켜봐야만 한다. 분노, 절망, 그리고 희망, 이 모든 것이 앨범에 차 있다.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이 기회에 부디 손에 넣기를 바란다.

그림자가 있기 때문에 빛이 있다. 이 두 요소는 극과 극이지만 그 텀은 가끔씩 한끝발 차이로 느껴지곤 한다. 그렇게 멀리, 그렇게 가까이(Far away, So Close!).

한상철(불싸조 http://myspace.com/bulssa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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