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반만 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이기보다 래퍼로만 각인되고픈 DMX의 신작 앨범 [The Great Depression] 데뷔 이후 발표한 3장의 정규 앨범이 모두 데뷔와 함께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른 최초의 힙 합 아티스트라는 사실보다 선혈 낭자한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는 데뷔 앨범 재킷이 준 충격이 그에 못지않았던 러프 라이더스(Ruff Ryders) 사단의 남성 대표 솔로 래퍼 DMX의 통산 4번째 정규 앨범이 본 작 [The Great Depression]이다. 1998년의 [Belly]를 시작으로 2000년의 [Romeo Must Die] 그리고 2001년의 [Exit Wounds]에 이르기까지 영화 배우로도 성공 가도를 거두고 있는 즈음 발표한 앨범이라 더욱 세인의 주목도 큰 상황인데 과연 4연속 No.1 앨범의 위업을 달성할 지 조심스럽게 관망하며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흔히 뉴욕 출신이라 알려지며 동부 힙 합의 주요 아티스트로 꼽히지만 실은 1970년 12월 18일, 볼티모어(Baltimore)주 매릴랜드(Maryland)에서 태어났고 아마 어린 나이에 그 성지(聖地)로 이주해 와 성장한 탓에 그런 설(說)도 가능한 것이리라. 그 역시 순탄치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급기야 Yonker's School Street Project란 빈민 단체 수용소에서 생활하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흡사 인기 만화를 영화화한 [엑스 멘]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은 DMX란 이름은 Dark Man X 란 뜻을 가지고 있고 본명은 얼 시먼스(Earl Simmons)다. 침대 이름도 아니고 홍차의 한 종류도 아니며 [데프 잼(Def Jam)] 하면 떠 오르는 이름 러셀 시먼스(Russell Simmons)와는 무관하지 않게 들린다. 그리고 적어도 본명 만으로 보면 매우 순박하고 선한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흔히 쓰는 표현대로 ‘감옥을 안방 드나들 듯’한 적도 있었다. 앨범 타이틀을 처음 접하고 영화 [위대한 유산]의 원제 The Great Expectation이 떠올랐다면 당신은 충분히 감성적인 사람이다. 심한 천식으로 고생하던 그가 정기 검진을 위해 들린 병원에서 처음 접한 노래가 바로 슈거힐 갱(Sugarhill Gang)의 고전 “Rapper's Delight”다. DMX, 그는 음악을 통해 이 지긋지긋하고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꿈꾸게 되었다. 이것은 올드 스쿨 대 선배들이 그와 같은 수 많은 흑인 젊은이들에게 남겨 둔 ‘위대한 유산’이기도 했다. 등판에 새겨진 ‘저승 사자에 끌려 가는 개 그림’의 주인공이 부머(Boomer)인데 이게 괜한 협박성 그림은 아니다. 어린 시절 외톨이처럼 자란 그와 함께 한 유일한 친구였던 애견의 이름이 부머이기 때문이다. 그의 개 사랑은 각별해 여전히 그 녀석을 그리워하고 있다 하며 지금도 밴디트(Bandit) 그리고 바비(Bobbi)란 이름의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래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완성해 가는데 개의 이미지를 도입한 것도 그와 같은 까닭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에이스 키스(Ace Keys)라는 예명으로 통했던 수년 간의 언더그라운드 시절이 물이 익어갈 무렵 1991년 힙합잡지 ‘소스(The Source)’의 ‘Unsigned Hype’ 칼럼 코너에 언급되면서 수 많은 메이저 레이블들의 스카우트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결국 그를 낚아 챈 것은 컬럼비아(Colombia) 레코드였다. DMX는 1993년 데뷔 싱글 “Born Loser”를 발표해 참담한 실패를 맛 보았다. 음반사 내부 사정이 도저히 그를 충분히 지지해 줄 만 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의 2집 앨범 [Black Sunday] 그리고 저메인 뒤프리(Jermaine Dupri)가 발굴, 육성한 꼬마들 크리스 크로스(Kris Kross)의 홍보에 온 정신이 기울어야 했던 시기인 탓이다. 차일 피일 미뤄지기만 하는 데뷔 앨범 발매 스케줄을 마냥 두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었기에 그는 컬럼비아 레코드와 계약을 파기하고 홀로 독립해 떨어져 나왔다. 가게 되었다. 1995년 DMX는 동부 래퍼 마이크 제로니모(Mic Geronimo)의 데뷔 앨범에 참여해 “Time To Build”를 자 룰(Ja Rule), 제이 지(Jay-Z)와 함께 완성시켰다. 일단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알리는 데에는 성공한 셈! 이후 자 룰, 록스(The LOX) 등과 함께 영화 [How To Be A Player] 사운드 트랙에 참여하면서 다시금 기회를 엿보게 된다. 그런 와중 절친한 친구이자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어브 고티(Irv Gotti)가 데프 잼에 합류하게 되면서 DMX는 자 룰과 함께 레이블의 총수 리오르 코헨(Lyor Cohen)에게 소개되었고 이어진 오디션에 당당 합격하면서 적격 스카우트 되었다. 당시 패싸움을 벌인 끝이라 턱뼈가 온전치 못했던 악조건 하 이었음에도 그의 랩 스킬은 오디션 참가들 중 최고이어서 그야말로 군계일학(群鷄一鶴)의 경지였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음반사 측에서도 그의 홍보에 열심이었고 엘엘 쿨 제이(LL Cool J)의 ‘4,3,2,1’, 록스의 ‘Money, Power And Respect’에 피처링 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버스타 라임스(Busta Rimes)에 버금 간다 하면 서러울 특유의 거칠고 하드코어 한 랩 보컬 스타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데뷔 앨범 발매에 앞서 발표한 싱글 “Get At Me Dog” 또한 DJ 클루(Clue)의 믹스 테이프에 수록되면서 시너지(senergy) 효과를 보는 데 성공했다. 클럽 신에서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 입어 플래티넘 싱글에 등극하기 까지 했다. 이어 1998년 5월 공개된 DMX의 첫 앨범 [It's Dark And Hell Is Hot]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빌보드 정상을 밟았고 “Stop Being Greedy”나 “Ruff Ryders Anthem”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앨범 발매 이후 데프 스쿼드(Def Squad) 등과 [Survival Of Illest]란 타이틀의 투어를 진행하는 와중 스튜디오 작업 또한 꾸준히 병행해 같은 해 12월에는 2집 앨범 [Flesh Of My Flesh, Blood Of My Blood]을 발매하는 정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역시 빌보드 정상에 올라 DMX는 한 해에 두 장의 No. 1 핫 샷 데뷔 앨범을 가진 최초의 뮤지션으로 기록되었다. “Bring Your Whole Crew,” “Slippin',” “Keep Your Shit The Hardest” 등의 곡들이 주목을 받았고 아울러 러프 라이더스 전담 프로듀싱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스위쯔 비츠(Swizz Beatz)의 황홀하기까지 한 리듬 트랙 꾸미기는 그의 막강한 래핑 스킬을 적절히 두드러지게 했다. 199년 초 싱글 “Slippin”이 차트를 누비던 무렵, 데프 잼 동료들인 제이 지, 메소드 맨(Method Man), 레드 맨(Red Man)과 함께 Hard Knock Life 투어를 수행해 내기도 했다. ‘동부 힙 합 사상 최고의 투어’로 자리 매김 되었던 Hard Knock Life 투어 이후 다시 스튜디오에 칩거한 그는 1999년 말 3집 앨범 [And Then There Was X]를 들고 화려하게 컴백했다. 1999년 12월 마지막 주 차트에서 그는 셀린 디온의 베스트 앨범을 누르며 다시금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고 아울러 “What's My Name?,” “Party Up”과 같은 싱글이 선풍적인 리퀘스트에 힘 입어 차트 상위권에 진출하기도 했다. 앞서 ‘위대한 유산’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이번 신작 앨범의 타이틀은 그와는 정 반대로 지극히 암울하고 또 현실적이다. 911 사태 이후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 정세까지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당장 미국 사회, 경제, 정치 전반이 엉망이다. 그래서 더욱 ‘대공황’을 의미하는 [The Great Depression]이라는 타이틀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마침 머더 인코퍼레이티드(Murder Inc.)란 프로젝트 그룹의 멤버로 남다른 우정을 자랑하고 있는 제이 지와 자 룰의 신보 [The Blueprint]와 [Pain Is Love]가 최근 차례로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른 것과 관련해 그의 신작 앨범에 대한 정상 등극 가능성 또한 한 층 더한 느낌이다. 이미 싱글 커트 되어 인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We Right Here”나 “Who We Be” 등도 그러한 전망을 밝게 한다. 아울러 스테파니 밀스(Stephani Mills)가 참여한 “When I’m Nothing”이나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의 보컬 피처링이 인상적인 “I Miss You” 등은 누가 뭐래도 전형적이랄 수 있는 DMX 스타일의 곡이다. 인트로와 아웃트로에서의 자기 고백적인 종교적 메시지가 우선 그러하고 전체적으로 훨씬 더 무겁고 신중해진 듯한 느낌이 강해 오히려 3S적 요소들이 강해야 할 현 미국의 사회상이 요구하는 자극적이거나 가벼운 음악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입담은 거칠고 직설적이다. 그가 엔터테이너의 길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들은 그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낳곤 하지만 아직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그의 앨범이 발매되어 사운드스캔(Soundscan)에 의해 판매고가 집계되고 빌보드 차트에 그 결과가 수치로 공표되기 이전 글을 마친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차차 밝혀질 일이나 세상 만사가 숫자 놀음으로 끝날 것은 아닐지니… 글 / 양중석 (월간 Oimusic) featuring 서옥선 (월간 Bounce) 자료제공 / 유니버설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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