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솔로가 아닌 그룹으로 음악 생활을 시작하다가 이후 그룹이 해체되거나 혹은 그룹 활동과 병행하면서 솔로로 데뷔해 그룹 시절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솔로 아티스트로써도 성공을 거둔 경우가 꽤 많이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룹 활동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을 경우에는 그 명성이나 인지도 탓에 어느 정도 솔로로써의 성공 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겠지만 그 당사자인 아티스트는 더욱 더 큰 부담감을 가지고 솔로 활동에 임할 수 밖에 없기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잭슨 파이브(Jackson 5) 시절에서 출발해 이후 성인으로써 더욱 성공을 거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나 왬(Wham!)이란 슈퍼 듀오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화려한 변신해 성공했던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 그리고 지금은 최고의 영국 남성가수로 성장한 테이크 댓(Take That) 출신의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 등 다행스럽게도 우리 주변에서는 의외로 꽤 많은 성공 케이스를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 누가 뭐라 해도 영국 최고의 슈퍼 보이 밴드라 할 수 있는 보이존(Boyzone)의 리더 로넌 키팅(Ronan Keating)을 떠올린다면 또 어떨까? 2000년 앨범 RONAN으로 기존의 보이존 음악 스타일과는 다른 신선한 팝 사운드로 전격 솔로 데뷔했던 그 로넌 키팅이 2년만에 신작을 들고 나타났다. 1977년 3월 3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다섯 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로넌 키팅은 14살의 어린 나이에 보이존(Boyzone)의 오디션에 참여했다. 당시 300여명의 참가자 중에 로넌 키팅은 캣 스티븐스(Cat Stevens)의 Father & Song이란 곡을 불러 1차 오디션에 통과했고, 다시 2차 오디션에는 왬의 Careless Whisper를 불러 통과했으며, 결국 그의 자신감은 마지막 오디션에서도 무사히 통과, 1993년 보이존의 리드 보컬이라는 크나큰 지위에 군림하게 된다. 로넌 키팅이 이끄는 보이존은 지금까지 4장의 앨범(SAID AND DONE, A DIFFERENT BEAT, WHERE WE BELONG, BY REQUEST) 모두를 영국 앨범 차트 1위로 연속 데뷔시켰고, 16개의 싱글을 모두 영국 싱글 차트 Top 3 안에 올려놓는(16개의 싱글중 6곡을 1위에 올려놓음)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슈퍼 그룹으로써의 활약상을 보여왔다. 보이존의 히트곡중 하나이기도 한 Picture Of You가 히트될 무렵 로넌 키팅에게는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 시련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잘 극복했고, 이후 1998년 4월 30일 아일랜드 출신 모델인 이본 코넬리(Yvonne Connelly)와 결혼식을 올리며 안정을 찾기 시작했으며, 이듬해인 1999년 3월 15일, 첫 아들인 잭(Jack)을 낳으면서 다시 음악에 전념할 수 있었다(현재는 작년에 낳은 딸 마리(Marie)도 두고 있다). 이후 로넌 키팅은 보이존 활동을 물론이고 당시 인기를 모으시 시작했던 아일랜드계 음악 군단-코어스(The Corrs), 비 위치드(B*Witched)-의 리더로써 그 역할을 충분히 발휘했고, 또 하나의 아일랜드 출신 보이 밴드인 웨스트라이프(Westlife)를 보이존의 매니저이기도 한 루이스 월시(Louis Walsh)와 함께 공동 매니지먼트에 참여하면서 또 다른 음악적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편, 1999년 여름경 로넌 키팅은 영화 [Notting Hill]에 수록됐던 When You Say Nothing At All이란 곡을 솔로 싱글로 발표하면서 영국 싱글 차트 넘버 원에 올려놓게 되는데, 이는 로넌 키팅의 솔로 활동을 예상케 했던 큰 사건이었다. 급기야 같은 해 중반 보이존의 베스트 앨범 BY REQUEST가 발표된 이후 보이존은 충격적인 휴식 발표를 하게 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멤버들의 솔로 활동으로 이어지게 됐다. 로넌 키팅은 곧바로 LA로 날라가 솔로 데뷔 앨범 작업에 착수하게되는데, 2000년 7월 10일 발매된 두 번째 싱글 Life Is A Rollercoaster가 역시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데뷔하면서 솔로 아티스트로써의 정식 데뷔에 축포를 터뜨렸고, 앨범 RONAN 또한 4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보이존 시절 못지 않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오랜 휴식 끝에 돌아온 로넌 키팅의 신작 소식에 무엇보다 반가운 분들은 아마도 보이존의 팬 여러분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 신작 DESTINATION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일단 데뷔작의 첫 싱글 히트곡이었던 Life Is A Rollercoaster의 작곡자였던 그렉 알렉산더(Gregg Alexander)와 릭 노웰스(Rick Nowels)가 무려 10곡의 수록곡을 공동 작곡해 주었다는 사실이다(그렉 알렉산더는 1999년 데뷔작 MAYBE YOU'VE BEEN BRAINWASHED TOO라는 앨범을 발표해 수록곡중 You Get What You Give란 히트곡을 내기도 했던 원맨 그룹 뉴 래디컬스(New Radicals)의 주인공이며, 릭 노웰스는 벨린다 칼라일(Belinda Carlisle), 셰어(Cher), 코어스(The Corrs), 다이도(Dido), 셀린 디온(Celine Dion) 등 많은 팝 스타들과 함께 작업한 바 있는 명 프로듀서이다). 하지만 신작의 첫 싱글은 의외로 발라드 넘버인 If Tomorrow Never Comes. 어쿠스틱한 사운드 속에 전해져 오는 잔잔한 감동으로 듣는 이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If Tomorrow Never Comes는 원래 컨트리 음악계의 슈퍼스타 가스 브룩스(Garth Brooks)의 1989년 데뷔작 GARTH BROOKS에 수록되어 있던 곡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참고로 개인적으로 로넌 키팅의 음색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고 어떻게 보면 꽤 매력적일 만큼 독특하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그래서인지 그가 부르는 발라드 음악들, 특히 컨트리 음악과의 조화는 상당히 잘 어울리는 듯하다. 로넌 키팅의 솔로 히트곡이었던 When You Say Nothing At All 역시 여성 컨트리 가수인 앨리슨 크라우스(Alison Krauss)가 1995년에 발매했던 NOW THAT I'VE FOUND YOU 앨범에 수록했던 곡을 리메이크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시는 분이라면 느낌이 오실 수 있으리라). 또한 대부분의 곡들이 흥겨운 팝 사운드로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그렉 알렉산더의 스타일이 한껏 묻어나 있는 Love Won’t Work It (If We Don’t Try), Come Be My Baby, Lovin’ Each Day 등의 흥겨운 노래들은 후속 히트곡으로 예상하기에 충분하다. 그 밖에 로넌 키팅이 2년 전에 이미 작곡해 두었다는 발라드 The Long Goodbye, 로넌 키팅이 역시 작곡에 참여했으며,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의 Fear And Pain이란 노래에서 착안했다는 Joy And Pain, 한 단계 성숙한 로넌 키팅의 보컬을 느낄 수 있는 미드 템포의 My One Thing That’s Real, 또 하나의 빅 발라드 Time For Love 등 총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 두 번째 로넌 키팅의 앨범은 자신에게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지 않을 가 싶다. 이미 앨범 RONAN으로 솔로 아티스트로써의 첫 발자국을 성공적으로 내딛었다면, 이번 두 번째 앨범은 솔로 아티스트로써 롱런 할 수 있을 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다시 영국 음악계에서는 '팝 아이돌(Pop Idol)'이라는 콘테스트 프로그램 시스템으로 키워진 윌 영(Will Young)과 가레스 게이츠(Gareth Gates) 등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대선배 로넌 키팅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로넌 키팅은 최근에 이들이 훌륭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인위적인 스타 시스템에 의해 키워진 것에 대한 비판과 걱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두 번째 앨범의 결과가 어떻게 나든영원불멸의 사실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오즈몬즈(Osmonds)의 히트곡을 감미롭게 리메이크했던 Love Me For A Reason이나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ew Lloyd Webber)와의 깜짝 프로젝트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No Matter What 등 많은 보이존과 로넌 키팅의 음악들은 영원히 팬들 곁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진실이 아닐까 싶다. 글 / 서동인 자료제공 / 유니버설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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