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쉬 사이버 액션 사운드 RESIDENT EVIL 할리우드에서 단련된 시각효과, 특수효과 팀이 만들어낸 SF적인 비주얼과 화려한 사이버 액션, 영화 큐브를 연상시키는 탈출을 위한 지능게임에 돌연변이 괴물, 좀비들...... 자, 이쯤 되면 이 영화에 어떠한 사운드트랙이 요구될지 예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은 컴퓨터 게임을 영화한 것으로 사이버 세대들이 환영할만한 시각적 효과에 요즘 세대들의 폭력성에 대한 취향 또한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 앨범의 일렉트로닉 메틀 사운드는 이에 유기적으로 공명한다. 사실 이런 방식은 이전 '스폰', '매트릭스' 등 일련의 사운드트랙과 커다란 맥을 같이하는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포맷이긴 하지만 마릴린 맨슨과 슬립낫, 그 외에 요즘의 키드들이 좋아하는 뉴 메틀 밴드의 작품은 거부할 수 없었을 터이다. 거기에다 마릴린 맨스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이 앨범 최대의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 앨범을 최근 쏟아져 나온 일련의 사운드트랙과 비교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선사할 듯하다. 레지던트 이블과 경합할만한 화려한 액션이 돋보이는 '블레이드 2'는 힙합 / 일렉트로니카 크로스오버 사운드를 선보였는데 이는 1994년 힙합 / 락 크로스오버를 담은 'JUDGEMENT NIGHT'와 1998년 일렉트로니카 / 락 크로스오버를 담은 'SPAWN'에 이어 음악팬들의 미묘한 취향의 변화를 반영했으며, 영화 "퀸 오브 댐드'의 사운드트랙은 콘의 조나단 데이비스가 참여, 뉴메틀에 스코어틱한 느낌을 실어내요 본 작과 비교가 되고 있다. 각각의 사운드트랙에 담겨진 내용물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되 모두 동시대의 음악 조류를 반영한 것으로 90년대 중 / 후반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힙합, 일렉트로니카, 뉴 메틀 사운드가 2002년 들어서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듯 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슈퍼컴퓨터의 상징물인 레드퀸이 "YOU ALL GOING TO DIE DOWN HERE, YEAH"라고 섬뜩한 멘트를 전하고 나면, 슬립낫의 믹스곡 MY PLAGUE가 곧장 이어지는데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기도 했던 이 곡은, 원 곡의 쓴 맛을 감안해서인지 보컬에 멜로디를 입히는 듯 대중적인 필로 코팅되었다. 슬립낫이 리믹스한 마릴린 맨슨의 THE FIGHT SONG은 앨범 가운데 튀는 트랙으로 사이버 액션에 걸맞게 좀 더 역동적이며 다소 댄서블한 필로 거듭나 있다. 한편, 콜 챔버의 최근 앨범 DARK DAYS에 실리기도 한 SOMETHING TOLD ME가 콘을 연상시키는 헤비 그루브를 선사하고 나면, 일렉트로니카 듀오 크리스탈 메쏘드의 NAME OF THE GAME로 이어진다. 게스트로 참여한 탐 모렐로 특유의 기타 워크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리믹스 곡으로 착각할만한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역시 콘과 레이지 어게인스트 머신은 오늘날 헤비 뮤지션들에게 무시 못 할 존재이다. 아데마의 데뷔앨범에 수록된 EVERYONE 역시 콘의 영향력 하에 멜로디의 감수성을 한층 강조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으며 얼마 전 해체 선언을 하여 아쉬움을 주었던 피억 팩토리의 INVISIBLE WOUNDS의 믹스곡이 이어진다. 일렉트로니카, 스코어적인 터치를 하였으나 듣기 편한 멜로디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곡은, 숨가쁜 일렉트로닉 하드코어 사운드 가운데에서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는 듯 하다. 여러 호러 무비 사운드트랙에서 모습을 비췄던 스태틱-X는 역시 본 작에도 참여 ANYTHING BUT THIS로 쇳소리 가득한 크로스오버 사운드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과시하고 있다. 앨범의 곡 선정자는 독일 인더스트리얼 / 하드코어 밴드 람스타인 또한 빼놓지 않았다. 앨범 가운데서 유일한 독일어 곡인 HALLEUJA가 위의 곡들과는 다른 독특한 색채를 띠고 지나가면 디페쉬 모드는 스투지스의 작품 DIRT를 멜랑콜리한 느낌의 고쓰 / 신쓰팝(?) 사운드로 리메이크하고 있다. 일 니노의 테크노 리믹스 곡 WHAT COMES AROUND는 댄서블하면서도 공격적인 일렉트로닉 비트와 이펙트 처리된 기타 리프로 상승효과를 발휘하고 있는데 이는 하드코어의 거친 사운드를 플로어로 옮겨 놓은 듯한 머드바인의 DIG와 함께 본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일렉트로니카 / 메틀 크로스오버 사운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어 프로디지가 믹스한 메쏘드 맨의 RELEASE YO` DELF은 힙합 리듬, 래핑에 각종 효과음을 섞어내어 마치 "블레이드 2"에서 들려질만한 사운드를 토해내고 있다. 설라이버의 97년작 800이 에쓰닉한 분위기를 가미한 공격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사운드도 수록곡 선정자의 눈길을 끌어던 듯 하며 로드러너에서 등장한 또 하나의 신진밴드 파이브 포인트 오의 THE INFINITY가 스코어틱한 배경음을 깐 채 갈아내듯 치열한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서정적인 멜로디와 비교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전도 유망한 신진밴드를 살짝 껴놓은 방식은 뉴메틀 컴필레이션 식의 사운드트랙에 자주 애용되는 것으로 뉴 메틀 팬들에게 적절한 홍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자 이제 마릴린 맨슨의 스코어가 이어질 차례. 인더스트리얼 / 테크노 / 고쓰 스타일의 스코어는 트렌트 레즈너와는 또 다른 특유의 쇼킹하고 섬뜩한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신체의 유기성이 결여된 좀비들과 피가 낭자한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와 급박하고 가슴 조이는 상황을 그대로 그려내었다. 앨범 전체로 봐서는 믹싱 과정을 거친 곡들이 원 곡과 비교해 주목할 만한 변형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곡 자체가 갖는 무게가 청각적인 쾌락으로 살짝 전이되는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심각하고 긴박한 상황을 화려한 시각효과를 곁들인 채 쾌락적인 방식으로 표현해 낸 영화와도 무관하지 않은 듯 싶다. 그러한 가운데 마릴린 맨슨의 스코어 자체는 절대 편안한 감상용이 아닌, 살을 도려내는 듯한 쇼킹하고 심각한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어 앞의 트랙들과 비교가 되고 있으며 영화 속에서도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스크림 3', '드라큘라 2000'과 같은 호러물이나 '스폰', '매트릭스'와 같은 SF적인 액션물에서 빠질 수 없었던 것이 바로 뉴 메틀, 일렉트로니카 / 락 크로스오버 사운드였다. 쾌락을 위한 엽기, 충격효과와 현란한 사이버 액션물에 어울렸던 것이 '하드코어'라고 통칭되었던 현재의 락 뮤직인 것이다. 본 사운드트랙 또한 단지 음악적인 것을 떠나 90년대 중, 후반부터 되풀이되었던 이와 같은 현상과 함께 이해되어져야 할 것이다. 할리우드의 영상기술이 만들어 낸 현란함에 일렉트로니카 / 락 사운드를 접목해 낸 전형화된 방식을 최대한 세련되게 다듬어 낸 것, 이것이 바로 "레지던트 이블"의 정체이다. 글 / 박경선 (앨범 내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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