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팬들이 올 상반기 가장 기다리고 있었을 앨범 가운데 하나인 GOO GOO DOLLS의 신보 GUTTERFLOWER가 드디어 국내에 선보이게 되었다. 현재 글을 쓰는 시점에서 아직 라이센스 발매된 되지 않았지만(조만간 나올 예정) 미국반으로 먼저 수입되어 팬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정규앨범으로는 DIZZY UP THE GIRLS 이후 4년만에 발표되는 본작은 GOO GOO DOLLS가 메인스트림에 진입한 이후 이루어졌던 지속적인 (변화라기 보다는) 진화, 즉 훅이 가득한 파워 팝 그룹으로써의 공식이 그 절정에 달하고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팬들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들을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끌었던 음악적인 공식은 SUPERSTAR CAR WASH에서부터 시작되어 A BOY NAMED GOO와 DIZZY를 거치면서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음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룹 가운데 가장 세련된 팝/락 사운드를 뽑아내는 그룹이 되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 신작 GUTTERFLOWER에서 들리는 사운드를 듣건데 이들의 이런 흐름은 계속되는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하자면 A BOY NAMED GOO나 DIZZY에서 들리던 사운드 - 귀에 팍팍 꽂이는 상큼하면서도 유려한 멜로디, 찰랑커리는 기타, 존의 칼칼하면서 우수어린 보컬,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코러스 - 를 기대하던 팬들이라면 이번 앨범 역시 아무런 문제 없이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말은 필자 개인적으로 거의 100% 보장할 수 있다. 전작들과 비교시 한가지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면 이전 이들의 최대 히트곡인 NAME이나 IRIS같은 킬러 발라드가 전혀 없다는 것인데 그 점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제는 이들도 소위 말하는 메이저급 베테랑 그룹(이번 앨범이 벌써 이들에게는 8번째 정규 앨범이다.)의 위치에 걸맞는 세련됨을 느낄 수 있다. 원판이라 그런지 몰라도 사운드의 명료함과 거친 질감을 동시에 포착한 이번 앨범의 사운드 프로덕션은 요 근래 들어본 앨범 가운데 아주 괜찮은 축에 드는 앨범으로 꼽고 싶다. 역시 돈이 좋긴 좋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돈 벌더니 상업적으로 변했네"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을 한다는 것은 아주 우스운 일이 될 것이다. 이들의 음악 자체의 태생적 본질이 청자들의 귀를 확확 잡아끄는 훅들로 가득 차 있는 음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러한 말들은 이들의 음악적 핵심을 빗나가는 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총 12곡의 곡이 실려 있으며 수록곡중 YOU NEVER KNOW, UP, UP, UP, SMASH, TUCKED AWAY 4곡은 베이스를 맡고 있는 ROBBY가 작곡을 맡고 있으며 나머지 8곡은 메인 송라이터인 JOHN이 작곡을 맡고 있다. ROBBY가 작곡한 곡에서는 자신이 리드 보컬을 맡고 있는데 두 명의 보컬 스타일은 그렇게 큰 차이는 없지만 ROBBY의 보컬이 JOHN의 보컬에 비해서 텁텁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서로를 구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JOHN이 애절한 보컬 톤을 지니고 있다면 ROBBY는 약간은 펑크적인 느낌을 더 진하게 풍기고 있다. 곡의 가사는 JOHN의 이혼 및 그로 인한 상흔이 곡 전체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그가 이혼으로 인해서 얼마나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었는지 앨범 내지에 수록된 가사를 보면 그것들을 너무나 명백하게 느낄 수 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결국 "파국으로 끝나버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랑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감과 허탈함, 떠나가 버린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분노, 못다 이룬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좌절, 홀로됨으로 인해 느껴지는 외로움 등이 앨범 전체에서, 그리고 특히나 그의 보컬에서 진하게 묻어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은 JOHN 자신에게는 자신의 그 복잡한 심리상태를 나름대로 정화할 수 있는 분출구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들의 다른 앨범들이 모두 그렇듯이 앨범 수록곡 전체가 고른 완성도를 보이고 있어 특정곡을 집어낸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귀를 확 잡아끄는 짤랑거리는 사운드로 시작되어 적당한 리듬감과 함께 경쾌하게 시작되는 전형적인 GOO GOO DOLLOS표 노래인 BIG MACHINE을 비롯, 현재 첫번째 싱글로 발매된 HERE IS GONE(이전 SLIDE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대단히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곡 구성을 지니고 있다.), 마치 OASIS의 보컬을 듣는 듯한 WHAT A SCENE, 노래 제목에 걸맞는 느낌을 전해주고 있는 UP, UP UP, 이번 앨범 수록곡 가운데 JOHN의 심경을 가장 적나라하게 표출하고 있는 애잔한 IT'S OVER, JOHN의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로 이루어진 담백한 SYMPATHY, 이들로써는 상당히 그런지하면서도 무거운 사운드 메이킹이 귀에 두드러지는 곡 WHAT DO YOU NEED?등이 앨범을 구성하고 있다. 이번 앨범이 지금까지 이들이 보여준 전체적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음에 대해서 마음 한편으로는 "이제 이들의 사운드도 너무 공식화되고 있지 않는가?"라는 걱정이 일견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4년이란 시간은 적지 않은 시간이며 그동안 이들의 또 다른 모습으로의 변화를 기대했던 팬들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팬들에게는 이번 앨범이 SAME OLD SAME식의 앨범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그리고 그러한 말은 어떻게 보면 전적으로 사실이다.). 따라서 GOO GOO DOLLS도 자신들의 앞으로의 음악적 행보가 현재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갈 것인지(심화?) 아니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인지(개혁?) 이제는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이번 앨범의 사운드가 여전히 상업적으로 먹힐 것이라는 것에는 별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음악적 방향이 이들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평생의 테마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필자는 자신있게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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