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REMIX, REMIX GREATEST [ALL BACK TO MINE] 국내 일렉트로닉 시장의 조악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방증은 몇몇 아티스트들의 인지도를 보면 아주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들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이 여기 한 팀의 이름을 안다면 당신은 일렉트로닉에 대한 상당한 조예가 (적어도 관심은) 있으며, 그들을 싫어하건 좋아하건 간에 개인적으로 열렬히 환영하는 바이다. 왜냐면 이미 그대들은 몰로코(Moloko)의 앨범 [All Back To Mine]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므로. 자, 그럼 팬들끼리의 간접적인 만남 그리고 대화를 시작해 볼까. Memory, 2 for 1 2년 전, 홍대의 한 테크노 클럽에서였던가. 생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완벽한 하우스도 아닌 것이 Funky하기 그지없고 귀엽고 새침떼기 같은 보이스의 춤곡으로, 춤추지 않고는 못버티게끔 만들어 버린 것. 처음은 그냥 드럼 루핑으로 계속 가려니 싶었다. 그러다 일렉 기타의 멜로디 라인이 들리고 보컬 라인이 삽입되면서 느낌은 점점 상큼하게 바뀌었는데, Sing It Back To Me이란 가사만이 또렷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여하간 그 곡이 나오면서 플로어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Sing It Back의 리믹스 버전이란 사실과 오리지널 밴드가 몰로코란 정보를 알게 됐다. 이들의 음악을 접하기란 생각보다 쉬웠다. 데뷔 앨범 [Do You Like My Tight Sweater?]를 제외하고는 2집 [I’m Not A Doctor]가 이미 라이센스로 나와 있었으며, (수입으로) 몇 장의 싱글도 구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음악은 클럽에서 듣던 Sing It Back 스타일과는 상당히 다른, 어떤 괴리감마저 느껴졌다. 스텝 밟기도 어려운 리듬에다가 우울하게 들리는 사운드 스케이프라니!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던 틈에 어느 덧 2년쯤 흘렀나. 몰로코의 3집 [Things To Make And Do]가 발매되었다는 소식이 흘러들었다. 영국에서 발매된 첫 싱글 The Time Is Now를 먼저 들었던 상태라 앨범에 대한 기대는 엄청났다. 이 싱글 역시, Sing It Back과 마찬가지로 여러 DJ들의 손을 거쳐 상종가를 올리는 중이었고, 더불어 Boris Dluglosh의 Sing It Back과 보너스 트랙 The Time Is Now의 믹스 버전이 담겨 있었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몰로코의 변치 않은 테두리인 트립-합(Trip-Hop)과 뉴 비트(New Beat)로 가득했으며, 세련된 감각은 난해함의 폐곡선을 그리는 것처럼 변함 없었다. All Back To The Mine, 2 for 1 기억을 더듬어 회상하다 보니 소개가 늦었다. 몰로코는 로이진 머피(Roisin Murphy), 마크 브라이든(Mark Brydon)으로 구성된 영국 쉐필드(Sheffield) 출신(로이진은 아일랜드 태생임)으로, 서로가 로맨틱한 관계이면서 음악적 동지임을 되새기는 이들은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1971년작, [A Clockwork Orange]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Karoba Milk Bar에서 마시던 음료의 이름을 밴드 이름으로 채택했다. 그녀는 마크를 만나기 전, 단순한 레이버에 불과했단다. 마크 또한 개인기로는 탄탄한 실력을 자랑했지만 그룹 활동은 없었던 잠재력의 소유자. 마침내 94년 로이진과 마크의 몰로코는 형성됐고, 싱글 Where Is The What If The What Is In Why? 로 성공적인 메이저 데뷔를 치러냈다. Fun For Me와 Dominoid, Days For Night에 이어진 2집 [I’m Not A Doctor]에는 Sing It Back의 스매싱 히트 외에 The Flipside가 자리한다. 3집은 보다 선명해진 몰로코의 인기를 노출시킨 [Things To Make And Do]. 앞서 말했듯이 이 앨범엔 히트 싱글 The Time Is Now가 수록되어 있다. 이 외 Pure Pleasure Seeker와 Indigo의 매력 또한 놓칠 수 없다. 그럼, 지금부터 이들의 네 번째 정규앨범은 아니지만 베스트 리믹스, 리믹스 베스트만을 모아 놓은 [All Back To Mine]을 (흥분된 모습으로) 이야기할 차례. 영국에선 지난 7월, [All Back To Mine]이 일찌감치 발매되었다. 두 장의 CD에 골고루 포진된 몰로코의 인기곡들은 유럽 최고의 DJ들에 의해, 이제껏 그들의 음악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매력을 부여받고 있다. 혹 이 글을 읽기 전에 몇 개의 곡들을 섭렵했다면 이 말에 동의할 테고, 이전의 앨범을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오리지널과의 비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비교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 플레이되고 있는 음악에 빠져들었을 경우, 오리지널 트랙들과 친해지기는 힘들 듯. 두 장의 CD에는 완벽한 플로어 스타일과 Chill-Out 스타일이 역동적으로 꿈틀거린다. CD1에는 DJ Plakton의 The Time Is Now가 오프닝으로 올랐는데, 긴박한 드럼 루프와 흥미로운 둔탁한 멜로디 전개가 클럽 넘버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 특히, Can 7과 Mousse T가 리믹스한 Sing It Back은 전혀 다른 스펙트럼을 발산하고 있다. Can 7이 다운타운 최고로 잘 나가는 클럽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Mousse T의 그것은 선술집에서 늙은 할아버지가 낡아빠진 피아노로 자기 기분에 빠져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Sing It Back이다. 어쨌거나 CD1의 수록곡들은 한결같이 경쾌하다. Robbie Rivera가 리믹스한 Indigo와 Oscar G의 Pure Pleasure Seeker를 포함한 11곡의 몰로코 리믹스들은 플로어를 하루종일 누벼도 상관없을 만큼 동적이고 비트가 살아있다. 반면, CD2는 트립-합과 덥, 드럼 앤 베이스까지 정적인 일렉트로닉 뮤직의 다양한 소스들로 채워져 있다. Bambino Casino의 The Time Is Now를 시작으로 Wackdown의 Party Weirdo, DJ Krust의 Flipside, Plug 믹스의 Lotus Eaters 등은 CD2의 음산하고 난해한 분위기를 명명해주는 트랙들. (Quartermaster의 Day For Night는 제외함) [All Back To The Mine]은 총 23곡의 ‘새로운’ 몰로코와 만날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가 될 것이다. 솔직히 몰로코의 리믹스 앨범은 늦은 감이 있다. 그 동안 앨범마다 독특하고 팝콘 같은 싱글을 발표하던 이들의 에센스만을 듣고 싶어한 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한편 이 앨범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싱글 트랙도 있으니 (일어서) 듣기를 서두를 것. 끝으로, 웬만하면 음악을 머리로 즐기지 말고 마음과 몸으로 지배하라는 당부의 말도 남긴다. 댄스를 위해 태어난 기능성 음악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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